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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품격 – 이기주2019년 12월 24일

말의 품격 – 이기주

 

 

이건 뭐라고 해야할까요, 책 디자인의 승리? 

 

아니면 서점 디스플레이의 승리라고 해야하나. 

 

각각 글, 언어, 말을 테마로 하는 작가의 다른 책들도 다 마찬가지입니다.

 

모두 책 표지도 심플하고, 제목도 짧고 간결해 눈에 잘 띕니다. 

 

이들 책이 시리즈 느낌으로 함께 나열되어 있는 것을 볼 때마다

 

언젠가 한권은 사겠구나 생각했고, 그렇게 말의 품격을 구매했습니다.

 

그리고, 연말에는 왠지 이렇게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서로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그런 책들을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말하기가 개인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잣대가 된 지금 시대에서 말을 정말 잘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에 대한 정답을 명쾌하게 내릴 수 없지만,

 

다만 말에는 그 사람의 품격이 드러나기에 

 

자신과 상대방을 함께 어루만질 수 있는 말하기에 대해 고민해보고

 

소중한 사람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작가는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제가 너무 빠르게 읽어내려가버린 탓에, 처음 이 책을 다 읽고 든 생각은

 

약간 옛날에 서당에서 수학했다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하는, 

 

‘말은 ㅇㅇㅇ다’ 라는 식의 뭔가 주입식, 강연 느낌이 좀 있었습니다. 

 

해서 전체적으로 뭔가 감성을 자극하는 느낌은 덜한 듯 싶었습니다.

 

제가 메말라 버린건지…

 

다만, 읽으면서 계속 제 자신의 예전 기억들이 이따금 소환되는 걸 보면

 

제 말하는 품격도 그리 좋지 않았던 듯 합니다.

 

나중에 천천히, 여유있게, 곱씹어가며 읽어보면서

 

그 의미를 저에게 반추해보고, 다시금 메말라버린 제 가슴을

 

따뜻한 향기로 채워보고자 합니다.

 

 

—– 함께 읽어보기 —–

 

#1. 

독일의 철학자 게오르크 헤겔은 “마음의 문을 여는 손잡이는 바깥쪽이 아닌 안쪽에 있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상대가 스스로 손잡이를 돌려 마음의 문을 열고 나올 수 있도록,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해야 한다. 그런 뒤에야 마음을 얻는 것도 가능하다. 

 

 

– 상대의 말과 마음속에 손잡이가 있으므로, 우리는 상대방의 말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이런 기가 막힌 표현을 접할때 마다, 이래서 책을 읽는구나 싶습니다. 

 

#2. 

공자와 어렵게 만난 심제량은 나라를 다스리는 비법, 치국에 대한 가르침을 얻고자 했다. “선생님, 백성을 한데 모이게 하려면 어떻게 정치를 해야 합니까? 어떤 기술이 필요합니까?” 그러자 공자는 딱 한마디 말만 남긴 채 홀연히 자리를 떠났다. “근자열 원자래라네”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하면 멀리 있는 사람도 모여들게 마련”이라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 말로써 인간에 대한 배려, 긍정적인 태도를 전달하는 것이야 말로, 말의 가장 중요한 기능일 것입니다. 

 

#3. 

 

예나 지금이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칼에 베인 상처는 바로 아물지만 말에 베인 상처는 평생 아물지 않는다’는 말은 진리에 가깝다. 

 

– 저도 몇몇 경험들이 생각납니다. 제가 농담으로 한 말들, 기억도 못하는 말들을 몇년 후 상대방이 기억해 나에게 전달해주었을 때의 그 부끄러움. 결국 상대방에 준 상처는 나에게 돌아오네요.

항상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4. 

말과 글에는 사람의 됨됨이가 서려 있다.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사람의 품성이 드러난다. 말은 품성이다. 품성이 말하고 품성이 듣는 것이다. 

 

격과 수준을 의미하는 한자 ‘품’의 구조를 뜯어 보면 흥미롭다. 입 구가 세 개 모여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말이 쌓이고 쌓여 한 사람의 품성이 된다는 뜻이다. 사람의 체취, 사람이 지닌 고유한 ‘인향’은 분명 그 사람이 구사하는 말에 뿜어져 나온다. 

 

– 다만 이런 말과 인품도 충분히 훈련이 가능하다는 말이겠죠. 좋은 책과 생각을 많이 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한번 더 생각하고 말하는 습관을 들이고 훈련을 한다면 좋은 품격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5. 

명절을 맞아 모처럼 한자리에 모인 일가친척을 향해 “결혼은 언제 할 건데?” “눈높이를 낮춰야 취업에 성공하지!”처럼 핀잔과 훈계가 범벅된 말 폭탄을 힘껏 쏘아 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들은 매정하다는 비판을 모면하기 위해 단서를 단다. “사실은 너한테 관심이 있어서 이러는 거야”라고. 글쎄다. 어쩌면 그 반대인지도 모를 거란 생각이 든다.

 

상대에게 관심이 없으므로 그렇게 쉽게 지저을 남발하는 것 아닐까. 상대의 감정과 입장을 전혀 헤아리지 못하기 때문에 얼굴을 보자마자 그런 질문을 쏟아내는 것 아닐까. 

 

 

작금의 우리 사회를 ‘지적 과잉의 시대’라고 부르고 싶다. 아침에 일어나 저녁에 잠자리에 드는 순간까지 불평과 지적을 입에 달고 살아가는 이들이 갈수록 늘고 있는 듯하다. 

 

 

누군가를 손가락질하는 순간 상대를 가리키는 손가락은 검지뿐이다. 엄지를 제외한 나머지 세 손가락은 ‘나’를 향한다. 세 손가락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검지를 들어야 한다. 타인

을 손가락질하기 전에 내가 떳떳한지 족히 세 번은 따져봐야 한다. 

 

 

– 온갖 악플이 난무하는 이 시대에서, 자신이 제대로 된 비판을 하고 있는지, 비판의 말을 하고 있더라도 마음만큼은 따뜻하게 갖고 있는지에 대해 다들 한번 생각해봐야할 것입니다. 말의 품격,

비판의 품격이 좀 더 아름다울 수 있도록 상대방의 입장에서 조금더 신중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